<한 점의, 사색으로부터>

전시 작품 설명

GRAND OPEN

<한 점의, 사색으로부터>

얼쓰갤러리카페 여덟번째 초대전
이찬희 작가 개인전
2024년 9월 16일 - 10월 31일 

고요하게 인내하며-1

고요하게 인내하며-2

고요하게 인내하며-3

고요하게 인내하며-4

고요하게 인내하며-5

- 작품 설명 -


작품은 산책을 즐기던 작가의 시선들을 기록한 시리즈 작업물이다. 나는 집중이 흐트러질 때면 불꺼진 어두운 동네를 산책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주로 낮의 한적한 시간이나 야심한 밤에만 산책을 하여, 산책로는 한적하고 고요하여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작업들은 그저 예쁜 풍경들이지만, 실은 작가의 걱정과 고민으로 한숨이 가득찬 풍경들이다. 불안한 마음이 다스려질 때까지 정처없이 걸으며 둘러보던 풍경이며, 작품 설명 없이는 절대 알아차리를 수 없는 사연들이 녹아있다.


산책은 대게 작가로서의 불완전한 미래와 작품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투성이의 순례길이었다. 큰 의미로 보자면 자아(ego)와 참나(self)의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당시의 나는 참나를 외면하고 매번 자아의 삶을 선택해왔다. 그렇기에 작품은 산책하는 참나의 시점이 아닌 자아가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그렸으며, 기록의 의미로 작품을 구상했기에 자아의 삶을 살고 있던 당시의 풍경을 그렸다. 이 도시야경 시리즈 작업들은 방황하던 젊은 날을 추억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고 나에게 공양하는 작품의 의미를 가진다.

범사감사-1

범사감사-2

- 작품 설명 - 


나는 점을 찍는 반복적인 행위에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는다. 작품은 점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찾으며 얻은 수행의 결과물이다. 촘촘히 점이 찍혀 레이어드시킨 면들에서 행위에 대한 집착을 표현하고, 그로 인해 완성된 형태는 작가가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난 여정의 발자취라 할 수 있다. 화판에는 작가의 행복이 꾹꾹 눌러담았기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둔 사진첩과 다를 바 없다. 작품에 메시지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힐링의 목적으로 작품을 남기고 싶을 때가 있다.

Mahanakhon

- 작품 설명 -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창조물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웅장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창조물은 단연 마천루가 아닐까 싶다. 마하나콘(Mahanakhon)은 방콕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아름다움이 있고, 가까이서 보았을 때 경이로운 웅장함이 있다. 이러한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 근경과 원경의 차이가 보이는 적합한 기법인 점묘법을 채택하였다. 또한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고도까지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고 오랜 노력 끝에 한층한층 건설되어 올라가는 과정을 점으로 화판을 채워나가는 방식에 빗대어 점묘법으로 표현하였다.

- 작품 이야기 -


이 작업은 2018년도 작가의 페인트마커 점묘작업의 첫 작업으로, 학부생 3학년시절 가을부터 겨울동안 완성시킨 작품이다. 당시 나는 엄청난 재능으로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동기들보다 높은 학점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에 딱히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노력으로 밀도를 높여 승부를 보자는 마음으로 무수히 많은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시키게 된다.

관양동

- 작품 이야기 -


나는 학창시절을 안양의 관양동에서 보냈다. 시간이 지나고, 동생까지 성인으로 자라게 되자 관양동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학업 때문에, 일 때문에, 여러 이유로 이곳저곳에 머물게 되지만 관양동에서 보낸 세월만큼이나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했으니, 나는 안녕한 터전에 대한 인식을 아직까지도 안양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10년이나 지난 관양동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관양동에 갈 때마다 알고 있는 모습과 냄새가 달라져있다. 어릴 적 익숙한 풍경이 현재의 풍경이 되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관양동의 일상을 그렸다.

서교동1, 서교동2

- 작품 설명 -


서교동 일대에는 젊음의 기운과 연로의 기운, 이국적인 모습과 토속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채로운 공감대 속, 다양한 일상이 공존하고 마을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를 담았다.

- 작품 이야기 -


나는 2019년 회화전공으로의 편입을 준비하며 서교동 일대에서 1년 가량 생활하게 되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로 뒤엉키며 매일밤 경찰차가 왔다갔다하는 대한민국 최고 유흥의 번화가지만, 

아침이 되면 거짓말처럼 학교를 가기 위해 등교길에 나온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점심 이전 낮시간에는 어르신들이 꽤 보이기 시작하며 남녀노소에 외국인까지 아리송하면서도 특별한 동네였다.

그래서 서교동의 다양성을 뜻하며 모든 색의 혼합이 되는 회색빛깔로 그리게 되었고, 

특별한 타지생활에서 느낀 따스한 향수를 첨가하여 웜그레이 스케일로 표현하였다.

무제-1

무제-2

- 작품 이야기 -


한 번은 '수도권에 살면서 내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대한민국 유동인구 최다이용 1위 환승구간인 신도림역을 환승하며,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고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으로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로 전혀다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으나, 

신도림역 환승이라는 공통의 수행과제로서 이 곳에 억지로 운명의 일부를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무제-1', '무제-2'의 작업은 신도림역의 군중이 소재가 되어 작품에 담기게 되었다.



무제-3

- 작품 이야기 -


부평에 위치한 삼산체육관에는 스케이트파크가 있다. 이 곳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위해 오지만, 눈요깃거리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삶들을 보기 위해 노인분들도 스케이트파크에 모인다. 

작품은 스케이트파크의 노인을 관찰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들은 70대 이상의 인물들로 보였지만, 스케이트보드를 가지고 있었고, 정말 보드를 탈 생각으로 가져온 것인지, 발 앞에 보드를 두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어르신들께서 소싯적 스케이트보드를 즐기셔서 타시려고 가져온 것인지, 왜 보드를 가지고 오셨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르신들께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이 궁금하였고 하염없이 어르신들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스케이트보드를 발 앞에 두고 대화만 나누셨고 끝내 타지않은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다.



무제-4

무제-5

- 작품 이야기 -


하루는 한가로이 도림천 밑의 산책로를 걷게 되었는데, 신나는 노래와 함께 사람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풍경을 보았다. 나는 아스팔트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삭막한 도시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낭만넘치는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며칠 뒤 다시 지나가게된 그 곳에는 이 곳에서 춤을 추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공터에는 접근금지 띠로 감겨져있었다. 이후에 알아보니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은 중국인들이었고 중국의 장년-노년층이 즐기는 사교댄스의 현장이었던으며, 이는 소음공해를 유발하며 민폐로 여겨진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단지 흥겨워보이기만한 풍경으로 인지했던 것이다. 이러한 간극에서 재미를 느껴 내면에 숨겨진 이야기로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어버리는 사교댄스의 한 장면을 작품에 담았다.


- 무제 1~5 작품 설명 -


제목: 관찰이 만드는 옴니버스 드라마

 

나는 언젠가부터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면적인 모습을 관찰하며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상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인간은 생김새, 패션, 행동, 냄새 등의 다양한 정보를 통해 무한한 바리에이션을 탄생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 그 자체이기에, 이러한 습관은 무미건조하다고 느끼는 현재 나의 삶에서 찾을 수 없는 옴니버스 드라마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오감을 이용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얻어내고 이 정보들을 근거로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관찰을 통해 유추에 살을 붙여주며 인물에게 일어났던 과거를 추론한다. 대게 이렇게 고유한 역사를 부여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호감의 기반이 되어 손쉬운 이해와 배려의 마음으로 넓은 아량의 마음씨로 바라보게 되는 선순환의 기능을 하고 있다. 


작품은 작가가 관찰로서 얻어낸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관찰했던 대상과 추론된 분위기로 음미된 장면를 전달하고자 한다. 

대상의 형태와 내가 느꼈던 현장의 공기를 작품에 담아냄으로서 관찰의 대상을 마주하고 내내 느꼈던 의아함과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상 속의 이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추론 속의 인물이기에 흐리고 왜곡된 시각적인 형태를 띄게 된다. 노이즈를 연상하게 하는 가득찬 점들은 추론의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을 묘사하고 이 모든 것이 비현실 드라마의 한 장면임을 강조한다. 페인트마커로 한 점 한 점 찍어내며 환상의 세계를 연상시키거나, 혹은 우울, 퇴행적인 감정의 불러일으키고자 했으며,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때탄 스크린을 연출하고자 했다. 


한편 이러한 관찰에서 추론, 상상으로 나아가는 행위는 타인의 삶에 참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현대 한국사회 정서상 작품은 흡사 성도착성 기질을 가진 성범죄자의 소름끼치는 범죄행각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관점에 따라서는 망상의 기초증세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순수한 인류애에서 파생된 상상이며, 이를 통해 내적친밀감을 다지며 배려와 이해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분위기 조장을 관철해나가고자 한다.

서울 1, 서울 2

- 작품 설명 -


서울 종로 일대에는 오래된 콘크리트의 구식 빌딩과 강화유리의 매끈한 신식 빌딩이 뒤엉켜 빌딩숲을 만들었다. 나는 종로의 빌딩숲이 울창한 숲 속의 고목과 신생목이 조화로이 자라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무 하나에 수많은 유기체들이 살아가듯이 빌딩 한 채에 다채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연상하길 기대한다.


- 작품 이야기 -


나는 2021년 초여름부터 2022년 늦가을까지 1년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과 작업을 병행하며 이 작품을 완성시켰기에 이 작품에 애정이 많다. 

작품은 이른 새벽에 북악산의 삼청공원을 오르며 

분주히 아침을 맞이하는 도시의 풍경에게 존경에서 우러나오는 벅차오름을 느꼈다.


나는 이러한 서울의 새벽풍경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웅장함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정적이면서도 간판이 없는 빌딩숲의 풍경을 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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